매일 반성해야하는 일상

돈에 대해 너무 옹졸한 태도를 가지면 안된다

White smoke 2017. 9. 23. 18:36

옹졸하다: 너그럽지 못하고 좀스럽다 <다음 어학사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이번 달 생활비가 바닥나버렸다. 왜 이렇게 빠르지.. 그런데 앞으로 돈 나갈 일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왜 그럴까..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 카드 사용내역을 인터넷에서 뒤지기 시작했다. 돈이 바닥이 드러난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여기서 문제가 터진다. 어디에 어떻게 소비를 한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와이프의 탓을 해버린다. 내 스스로는 돈을 많이 안썼다는 생각이 들면서 바로 '그렇다면 와이프가 쓴 것이다'라는 확신을 해버리게 된다. 와이프에게 당신이 돈을 다 써버려서 돈이 없다는 말을 던지게 되고, 와이프는 이 말에 대해 상처를 받게 된다. 아마도 와이프도 나처럼 '나는 별로 쓴 돈도 없는데 왜 돈이 다 떨어진거지?'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와이프가 말을 했다. 서운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내가 술 마시러 다니는 애도 아니고, 쓰면 얼마나 쓴다고.."


이 말을 듣고, 다시 카드 사용내역을 하나씩 살펴봤다. 별다른 소비를 한 게 없었다. 과소비를 한 일도 없고, 다 써야할 이유들이 있던 항목들에 돈을 사용했다. 이걸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난 그저 와이프 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와이프 탓을 했던 이유를 돌이켜보면 옹졸하다. 딱히 다른 말로 표현이 어렵다. 옹졸함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거다. 개념정리부터 다시 들어가자면 돈이란 수단에 불과하다. 무슨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밥을 먹거나, 어떤 물건이 필요하거나, 어떤 서비스를 받기 위해 주는 물건이 돈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9월간 사용했던 돈들은 다 나름대로의 이유들이 있었다. 정당한 이유들이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이유들이 있던 사실들에 대해 화를 낸다면 옹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이 이유들을 만들지 말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게 아닌가. 이건 생각의 방향이 틀린 것이다.


살면서 여러가지 이유들이 생기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아닌가. 그게 삶이고, 이를 부정하는 일은 삶을 부정하는 일이 된다. 나는 아까와 같은 상황에서는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할 걸...하는 후회가 남는다. 앞으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으니 돈을 더 열심히 벌어보자라는 방향으로 나갔어야 한다. 즐겁게 이야기 했었어야 한다. 우리의 인생이 돈이라는 수단에 의해 함부로 상처받으면 안된다.


내 스스로 옹졸했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낀다.